[책] 슬럼프에 빠진 사람에게 권하는 책 <망원동 브라더스>

Around the text 2015.02.20 14:29
  • 오호! 이 책을 보니 저도 망원동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ㅎㅎ

    소인배닷컴 2015.02.21 14:07 신고
    • 마속님 안녕하세요^^ 날 좀 풀리면 망원시장에서 먹을 거 사갖고 한강까지 슬렁슬렁 다녀와보셔요~^^

      심심한심양 2015.02.21 20:34 신고 DEL

 


망원동 브라더스

저자
김호연 지음
출판사
나무옆의자 | 2014-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영화, 만화, 소설을 넘나드는 전천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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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의 8평짜리 옥탑방에서 어찌어찌 네 남자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 망원동 브라더스라 함은 20대 고시생인 삼척동자, 30대 백수인 주인공(오작가), 40대 기러기 아빠 김 부장, 50대 황혼이혼남 싸부가 이 옥탑방에서 결성한 모임이다. '세대별 문제 남성들이 종류별로 진열된' 책이지만, 결코 우울하지 않다.

 

 

자신의 처지가 궁상 맞고 초라하다 느껴지는가? 아무런 의욕도 없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가? 고개를 끄덕이는, 아니 아마도 끄덕이기조차 귀찮을 당신에게 감히 이 책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웃기다. 

 

읽으면서 키득키득거리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걸?! 구체적인 예를 들고 싶은데, 그게 좀 곤란하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 부분을 딱 집어서 웃기다고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만화책을 보듯 재미있게 훌훌 넘겨가며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더위에 쪄 죽더라도 모기는 질색이다. 김 부장 취향은 모르지만 그는 바람을 얻었고 모기에겐 노출됐다. 무릇 인생이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나는 공평한 내 처사에 스스로에게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뒤이어 밀린 잠이 스멀스멀 올라와 더위도 잊을 즈음, 마루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젠장, 김 부장의 코골이가 시작됐다. 모기가 코의 알람이라도 건드렸나 보다. 그렇게 코골이 대마왕 김 부장의 공습으로 인해 나는 좀처럼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역시 삶은 공평하지 않다. -16

 

개인적으로 이렇게 상황적으로 웃긴 게 좋다. 뭔가 찌질하면서도 공감되는. 쿡-하고 웃게 되는.

 

 

둘째, 소설 속 관계를 통해 치유받는다.

 

나는 네 명의 주요인물과 그 주변인들이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며 함께 울고(아주 조금), 웃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해 나를 보고, 내 주위 사람들을 떠올렸다. 마음 속에서 이해, 사과, 용서, 후회, 희망, 사랑 등의 감정들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가 흘러갔다.

 

그리고 이들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작게라도 분명 배우는 것이 있다. 관계 속에서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밖으로 나오자 동해 바다에서 나고 자란 듯한 탐스러운 불덩이가 어두침침한 새벽하늘로 떠오른다. 세상이 밝아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명의 남자는 나란히 해변에 서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연고도 나이도 다른 네 명의 남자가 서울 한구석 옥탑방에서 만나 여기까지 동행해와 해를 바라본다. 옥탑방에서 보던 그 해와 별다를 바도 없다. 근데 뭉클하다. 지난 몇 개월, 함께 먹고 자다시피 한 이 빈대 기생출 바퀴벌레들…… 같지만, 사실은 ‘입구멍’이라는 식구. 그동안 이들을 미워하고 꽁했던 내 소갈머리는 뜨거운 태양에 소독되고 시원한 파도에 세탁되고 있다.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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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갈 용기를 준다.

 

소설은 좁은 집에서 대책 없이 술만 푸던 망원동 브라더스가 각자의 꿈을 찾고, 그 자리에서 나름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인생에 절대적인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을 찾고 싶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던 나는 이 책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모두의 인생에는 각자의 답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연이라는 여자에게 대박 작품 하나 없는 오작가는 시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오작가는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이고, 만화를 그리며 기쁨을 느낀다. 오작가의 삶은 주연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나는 계속 기억하고 싶다.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딱히 공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지금은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세상에 속물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나 역시 부자가 되고 싶고 떵떵거리고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에 들린 재능으로는 그저 아이들에게 보여줄 좋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 정도다. 내가 만약 큰 인기를 얻는 만화가가 된다면 그녀는 나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큰 인기를 얻는 만화가가 되려고 만화를 그리는 건 아니지 않은가. -222

 

아무튼 망원동 브라더스의 삶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무언가 시작하고픈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 슬럼프에 빠진 당신이 언젠가 훌훌 털고 일어나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 시작은 가볍게 망원동 나들이?!

 

 

말없이 한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본다. 곳곳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들은 다 어디에 직장이 있고, 어디에 집이 있는 걸까? 털이 잘 관리된 애완견이 지나가는 게 보인다. 누가 저렇게 관리해주고 밥을 주고 키워주는 걸까?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성인이 되고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 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이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지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검붉은 노을로 지지만 다음 날 ‘빠알간’ 햇살로 빛나는, 태양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졌다. -95

 

 

정말이지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이 글을 끝까지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 현재로써 내가 극복하고 싶고, 열정을 쏟고 싶은 부분이다. 이 글은 그러한 바람을 담은 나의 작은 움직임이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작은 움직임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작가의 말을 읽으며 10년 넘게 쓰고 또 썼을 작가의 삶에서 또 다른 응원을 받았다.

 

나는 스토리텔러다. 시나리오를 짜고 만화 스토리를 그리며 소설을 쓴다. 떠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특성에 맞는 장르로 써내려갈 따름이다. 10년 넘게 이야기를 써오며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진실을 이야기에 담는 기술’이다. 진실과 상관없이 기발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다른 기술들은 금세 배울 수 있지만, 진실을 담는 기술은 배웠음에도 숙달되지 않는 ‘늘 새로운 도구’다. 이 새로움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 삶을 수시로 해체하며 떨구어진 벽돌들을 모아 이야기라는 집을 짓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스타일을 장착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또 쓸 뿐이다. -342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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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심심한심양